![]()
저는 여주를 처음 심던 날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4월 중순, 마트에서 산 여주 모종 세 개를 화분에 심었죠. 그런데 두 달이 지나도 하나는 시들시들, 하나는 키만 크고 열매는 없었습니다.
세 번째는 다행히 몇 개 열렸지만, 동네 농사 고수 할아버지의 여주와는 비교가 안 됐어요. 그분은 같은 모종으로 시작했는데도 주렁주렁 열매가 달렸거든요.도대체 무엇이 달랐을까요? 그 차이를 알기 위해 저는 이후 10년 동안 직접 재배하며 실험을 거듭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세 가지 치명적인 실수와, 수확량을 두 배로 늘리는 비결을 오늘 풀어보려 합니다.여주 모종 심을 때 저지르는 가장 흔한 실수
첫 번째 실수 기온만 보고 심는다
많은 사람들이 "4월 말이면 되겠지" 하며 달력만 보고 심습니다. 하지만 기상청 데이터를 보면 우리나라 중부지방 기준으로 4월 하순에도 최저기온이 10℃ 밑으로 떨어지는 날이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2023년 4월 25일, 경기도 지역의 최저기온은 7.3℃였습니다. 여주는 열대 작물이라 15℃ 이하에서는 생장이 거의 멈춥니다.제가 처음 실패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기온이 오른다고 생각했지만, 땅속 온도는 아직 차가웠던 거죠. 모종을 심은 후 일주일 동안 잎이 노랗게 변하더니 결국 말라버렸습니다.| 항목 | 권장 기준 | 실패 사례 |
|---|---|---|
| 최저기온 | 15℃ 이상 유지 | 10℃ 이하에서 활착 실패 |
| 평균기온 | 20℃ 이상 | 17℃에서 생장 정지 |
| 지온(땅속 온도) | 18℃ 이상 | 12℃에서 뿌리 활착 불량 |
| 심기 전 준비기간 | 2주 전 퇴비 투입 | 바로 심어 영양 결핍 |
| 모종 규격 | 줄기 굵기 5mm 이상 | 가냘픈 모종 사용 |
두 번째 실수 모종 간격을 좁게 심는다
여주는 생장력이 무척 강합니다. 덩굴이 하루에 10cm씩 자라기도 하죠. 그런데 "공간을 아끼자"며 30-40cm 간격으로 심으면 어떻게 될까요? 서로 경쟁하다 보니 통풍이 안 되고, 결국 흰가루병이 생기기 쉽습니다.
실제로 농촌진흥청 연구 자료를 보면, 여주는 포기 사이 60-80cm, 줄 사이 120-150cm를 유지해야 수확량이 극대화됩니다. 좁게 심으면 개체당 수확량이 30% 이상 줄어든다는 데이터도 있습니다.세 번째 실수 지지대를 늦게 설치한다
모종 심고 나서 "나중에 하지 뭐" 하고 지지대 설치를 미루는 분들 많습니다. 그런데 여주 덩굴이 자란 후에는 줄기가 서로 엉켜서 작업이 무척 까다로워집니다.
게다가 적절한 유인을 못 하면 덩굴이 땅에 닿아 습해를 입거나, 열매가 땅에 닿아 썩기도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걸 몰라서 고생했습니다.덩굴이 2m 넘게 자란 후에야 지지대를 세우려니, 줄기가 너무 엉켜서 풀다가 몇 개는 부러뜨렸죠. 지지대는 모종 심기 전에 미리 설치하는 게 정석입니다.수확량 2배 늘리는 파종 시기, 이렇게 결정하세요
지역별 최적 시기 차이가 확실하다
여주의 최적 파종 시기는 지역에 따라 확연히 다릅니다. 아래 표는 제가 직접 여러 지역에서 재배 실험을 한 결과를 정리한 것입니다.
| 지역 | 모종 심기 적기 | 수확 시작 시기 | 예상 수확량(1주당) |
|---|---|---|---|
| 남부(경남, 전남) | 4월 중순-5월 초 | 6월 하순 | 15-20개 |
| 중부(경기, 충청) | 4월 말-5월 중순 | 7월 초 | 12-17개 |
| 북부/고랭지(강원) | 5월 중순-하순 | 7월 중순 | 10-14개 |
| 제주도 | 4월 초-중순 | 6월 중순 | 18-22개 |
여기서 중요한 건 "늦게 심으면 늦게 수확한다"는 단순한 공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너무 일찍 심어서 저온 피해를 보면 오히려 수확량이 줄어듭니다.
반대로 너무 늦게 심으면 장마철에 꽃이 떨어져서 착과율이 낮아집니다.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법
기상청 홈페이지에 가면 지역별 '최저기온 예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주일 치 예보를 봤을 때 최저기온이 15℃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날이 5일 이상 지속된다면, 그 주말이 심기 적기입니다.
또 하나 팁을 드리자면, 직파(씨앗을 바로 심는 경우)와 모종 심기의 시기가 다릅니다. 씨앗은 발아하는 데 2-3주가 걸리므로 3월 하순-4월 초에 파종해야 합니다.반면 모종은 이미 4-6주 정도 자란 상태라서 기온만 맞으면 바로 심을 수 있습니다. 제 경우 5월 첫째 주말을 타깃으로 잡고, 그 전주부터 기온을 체크합니다.만약 예상보다 기온이 낮으면 일주일 정도 늦추는 게 낫습니다. 조바심에 일찍 심었다가 망치는 경우가 의외로 많거든요.여주 모종 고르는 법, 이건 꼭 확인하세요
좋은 모종과 나쁜 모종의 차이
시중에 파는 여주 모종은 품질 차이가 상당합니다. 제가 여러 농자재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모종을 구매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자면, 가격만 보고 고르면 큰코다칩니다.
| 평가 항목 | 좋은 모종 | 나쁜 모종 |
|---|---|---|
| 줄기 굵기 | 5mm 이상, 단단함 | 3mm 이하, 가냘픔 |
| 잎 색깔 | 진한 녹색, 광택 있음 | 연두색, 누런빛 |
| 뿌리 상태 | 포트 밑으로 하얀 뿌리 보임 | 뿌리가 갈색이거나 없음 |
| 병해충 흔적 | 없음 | 잎에 점무늬, 진딧물 |
| 가격대 | 1,500-2,500원 | 1,000원 미만 |
여기서 주목할 점은 가격입니다. 너무 싼 모종은 대부분 육묘 과정에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2,000원 이상의 모종은 전문 육묘업체에서 키운 경우가 많아 활착률이 90% 이상입니다.품종 선택도 중요하다
여주 품종도 여러 가지입니다. 일반 여주, 장수 여주, 백여주 등이 있는데요.
제 경험상 일반 여주가 재배 난이도가 가장 낮고 수확량도 안정적입니다. 장수 여주는 열매가 길고 크지만 착과율이 낮은 편이고, 백여주는 쓴맛이 덜하지만 병에 약합니다.처음 도전하신다면 일반 여주 품종을 추천드립니다. 나중에 경험이 쌓이면 장수 여주나 백여주에 도전해 보세요.여주 심고 나서 2주, 이 관리가 수확량을 결정한다
물 주는 법, 이렇게 하면 뿌리가 산다
모종을 심은 후 첫 2주는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때 뿌리가 활착하는 정도가 전체 수확량의 70%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은 하루에 한 번, 아침 시간에 주는 게 좋습니다. 저녁에 물을 주면 밤사이 습도가 높아져 곰팡이 병이 생길 수 있습니다.그리고 중요한 건 '많이 주지 말고, 적게 자주 주지도 말고, 한 번에 충분히'라는 원칙입니다.| 시기 | 물 주는 양 | 물 주는 빈도 | 주의사항 |
|---|---|---|---|
| 심은 직후-3일 | 1주당 1L 이상 | 1일 1회 | 흙이 완전히 젖도록 |
| 4-10일 | 1주당 500-700ml | 1-2일 1회 | 흙 표면 마르면 줌 |
| 11일-2주 | 1주당 300-500ml | 2-3일 1회 | 잎에 물 닿지 않게 |
첫 번째 순치기, 이때 해야 한다
여주는 생장점을 잘라주는 '순치기' 작업이 필수입니다. 모종 심고 2-3주 후, 본잎이 5-6장 나왔을 때 윗부분을 잘라주면 곁가지가 많이 나옵니다.
처음에는 "잘라도 되나?" 싶지만, 이 작업을 해주면 수확량이 2배 가까이 늘어납니다. 대신 순치기 후에는 반드시 액비를 한 번 줘서 영양을 보충해 주세요.여주 따는 시기, 이렇게 판단하세요
완숙 여주 vs 어린 여주, 목적에 따라 다르다
여주를 언제 따야 하는지는 용도에 따라 완전히 다릅니다. 요리에 쓸 거라면 꽃이 진 후 10-15일 된 어린 여주가 좋습니다.
길이 10-15cm, 표면의 울퉁불퉁함이 선명할 때가 적기입니다. 반면 말려서 차로 마실 거라면 25-30일 정도 지난 완숙 여주가 좋습니다.이때가 쓴맛이 가장 강해지고, 영양소도 최대로 축적됩니다.| 용도 | 수확 시기 | 길이 기준 | 색깔 기준 |
|---|---|---|---|
| 생식/요리 | 꽃이 진 후 10-15일 | 10-15cm | 연두색 |
| 장아찌 | 꽃이 진 후 15-20일 | 15-20cm | 진한 연두색 |
| 건조/차 | 꽃이 진 후 25-30일 | 20-25cm | 노란빛 도는 녹색 |
| 씨앗 채취 | 꽃이 진 후 35-40일 | 25cm 이상 | 주황색-붉은색 |
수확 간격도 중요하다
여주는 한 번에 모든 열매가 익지 않습니다. 7-10일 간격으로 지속적으로 수확해야 합니다.
너무 오래 방치하면 식물체가 약해져서 다음 열매 생산이 줄어듭니다. 제 경우에는 일요일마다 수확하는 걸 습관으로 만들었습니다.한 포기에서 보통 15-20개 정도 수확할 수 있는데, 관리만 잘하면 30개까지도 가능합니다. 여주 재배는 어렵게 생각할 게 없습니다.세 가지 실수만 피하고, 적절한 시기에 심기만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직접 키운 여주로 요리해 먹는 재미는 정말 크거든요.다음에는 여주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법과 보관법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