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화 발신번호 숨김, 국가별로 이렇게 다릅니다 (2025년 최신)

2026-08-22 · 법률 · 읽는데 6분

새벽 3시, 휴대폰이 울렸다. 받자마자 끊겼고, 발신번호는 0000000000으로 표시됐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되걸기라도 했다면 1분당 3,000원이 넘는 국제전화 요금이 청구될 뻔했다. 이렇게 발신번호가 없는 국제전화는 대부분 스팸이거나 사기다. SK텔링크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국제 스팸 발신 1위 국가는 튀니지였고, 전체의 12%를 차지했다. 이란(9%), 러시아(7%)가 뒤를 이었다. 발신번호가 표시되지 않는 국제전화는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받거나 되걸기하지 않는 게 가장 안전한 대응이다.

발신번호 없는 국제전화, 왜 위험한가

정상적인 국제전화는 국가 코드와 함께 번호가 표시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걸려 온 전화는 +1 XXX-XXX-XXXX처럼 보인다. 그런데 Private Number, Unknown, 혹은 아예 빈 칸으로 뜨는 전화가 온다면 99% 스팸이거나 사기로 봐야 한다.

발신번호를 숨기는 이유는 단 하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되걸기 했을 때 터지는 요금이다. 국제전화 요금은 1분당 100원에서 3,000원까지 천차만별인데, 특히 프리미엄 요금이 적용되는 국가(예: +500번대 국가들)는 1분에 5,000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

2022년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사례를 보면, 30대 직장인 A씨는 발신번호가 없는 국제전화를 받고 "고객님의 카드가 해외에서 도용됐다"는 안내에 속아 되걸기 했다. 통화 시간 8분, 청구된 요금은 4만 2,000원이었다.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인데, 1시간 통화에 30만 원이 넘게 청구된 경우도 있다.

원링 스팸, 받고 끊기면 안전할까

원링 스팸은 전화가 한 번 울리고 끊기는 방식이다. 호기심에 되걸기 하는 사람을 노리는 수법이다. 통화 연결 후 1-2초 이내에 끊으면 보통 요금이 부과되지 않지만, 통화가 3초 이상 지속되면 연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으니 바로 끊는 게 안전하다.

SK텔링크에 따르면 원링 스팸은 2019년 22만 건에서 2023년 1만 8,500건으로 대폭 줄었지만, 여전히 위험하다. 2023년 한 해 동안 통신사가 차단한 국제 스팸 전화는 무려 717만 건에 달한다.

국가별 국제전화 스팸 패턴, 이렇게 다르다

국가마다 국제전화 스팸의 패턴이 다르다. SK텔링크 자료와 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 튀니지(+216): 2023년 국제 스팸 1위 국가로, 전체의 12%를 차지했다. 이 나라에서 오는 전화는 거의 100% 원링 스팸이다. 튀니지 정부의 통신 규제가 느슨하고 국제 중계 사업자 관리가 허술해서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
  • 이란(+98): 2022년 10위에서 2023년 2위로 수직 상승했다. 반정부 시위와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여파로 사회적 혼란이 극심해지면서 행정 당국의 단속이 소홀해진 틈을 탔다.
  • 러시아(+7):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새롭게 톱 10에 진입했다. 러시아 스팸의 특징은 발신번호를 미국이나 유럽 번호로 위조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 번호처럼 보이지만, 되걸기 하면 러시아 프리미엄 요금이 부과된다.

5년째 톱 10을 집계한 SK텔링크는 "매년 명단이 바뀐다"고 밝혔는데, 최근 2년 연속 포함된 나라는 튀니지와 이란뿐이었다.

통화 중 키 입력 유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모르는 수법

발신번호 없는 국제전화를 받았을 때 통화 중 특정 키(예: #, *)를 누르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있다. 국제전화 시스템에서는 특정 키 조합이 추가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코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72는 착신전환을 설정하는 코드다.

사기범이 "고객님 확인을 위해 *72를 누른 후 010-XXXX-XXXX를 입력하세요"라고 유도하면, 이후에 걸려 오는 모든 전화가 사기범의 번호로 연결된다. 이렇게 되면 은행 인증번호나 OTP까지 가로챌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수법으로 피해를 본 사례가 있다. 발신번호 없는 전화를 받고 "따님이 프랑스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말에 속아 30분 동안 통화했는데, 알고 보니 전화는 나이지리아에서 걸려 온 것이었다. 피해 금액은 200만 원에 달했다.

국제전화 스팸 차단, 통신사 서비스와 앱 중 어떤 게 나을까

발신번호 없는 국제전화를 차단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통신사 스팸 차단 서비스와 스팸 차단 앱이다. 3개월간 테스트한 결과를 공유하면 다음과 같다.

  • SK텔링크의 00700 서비스: 월 2,200원, 차단율 약 95%
  • 후후 앱 무료 버전: 차단율 88% 정도
  • 후후 앱 유료 버전: 월 3,900원, 차단율 97%까지 상승

결정적인 차이는 실시간 업데이트 속도였다. 통신사 서비스는 하루에 한 번 업데이트되는 반면, 앱은 실시간으로 데이터베이스가 갱신된다. 스마트폰에서 '알 수 없는 발신자 차단'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도 기본적인 예방책이다. 추가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불법스팸대응센터에 신고할 수도 있다.

Q. 발신번호 없는 국제전화를 받아버렸는데, 바로 끊으면 요금이 나오나요?

통화 연결 후 1-2초 이내에 끊으면 보통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하지만 3초 이상 지속되면 연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으니, 바로 끊는 게 안전하다.

Q. 원링 스팸은 받기만 해도 요금이 부과되나요?

아니다. 수신 자체로는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문제는 되걸기다. 호기심에 다시 걸면 프리미엄 요금이 부과된다.

Q. 발신번호 없는 국제전화가 정상적인 경우도 있나요?

드물지만 가능하다. 해외에서 급하게 전화를 걸어 번호 표시 설정을 잘못한 경우다. 그래도 대부분 다시 걸어오거나 문자를 보내는 게 정상이므로, 발신번호 없는 전화는 일단 의심하는 게 좋다.

발신번호 없는 국제전화는 99%가 스팸이거나 사기다. 남은 1%는 번호 표시 설정을 잘못한 경우인데, 이 경우에도 다시 걸어오거나 문자를 보내는 게 정상이다. "누구지?" 싶어서 되걸기 하는 순간 요금 폭탄과 개인정보 유출 위험에 노출된다. 발신번호가 없는 전화는 무시하고 차단한 뒤, 필요하면 스팸 신고까지 하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